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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사

지각(知覺)하는 신문 <저널비>를 내며

나의 지각(知覺)은 지각(遲刻)으로부터 시작된다. 미리 준비하고 알뜰하게 정리해서 깔끔한 원고를 쓰겠다는 계획은 언제나 어긋나고, 마감날이 되어서야 수첩을 뒤지고 폰의 노트캡처를 스크롤하고, 책과 책장과 공책과 노트북을 유목한다. 언제 써놓았던 메모장들에서 걷어 올린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갈 길을 찾는다' 이건......, 아니야 이건 그 전시 아카이브 기사였어. '오늘도 넘쳐나는 기사와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이것이구나, 이 말을 쓰려고 했다. 정보의 전달자가 되기전에 정보에서 길을 잃기가 특기인 내가, 뒤늦게 신문 발행인을 자임한 이유도 지각(遲刻)이 불러낸 나의 지각(知覺)이었다. 모든 정보를 모두 알지 못하고 하나의 정보도 그 전말을 알지 못한다. 알면 알수록, 알려고 하면 그럴수록 시점도 방향도 종점도 오리무중이 되기 일쑤였다. 그런 이유로 이미 늦은 시간의 역사에서 뜀박질을 하는 발걸음을 멈추고 모두 빠져나간 뒤의 텅빈 역사를 사진에 담았다. 분주함의 뒤에 떨어뜨린 시공간을 따라가면서 종종 일곱줄이나 두세단 정도의 단칸으로 박제된 삶을 만났다. 살아 간다는 일이 잊음의 반복이거나, 광속의 질주인 시대에, 다만 한 점의 세세한 빛깔과 숨소리를 언어에 담아보기로 한다.
허공을 걷는 이 한 걸음이 외진 골목안 제삼인의 삶에까지 이르기를 바란다. 역사 아닌 사람은 없다.
2026년 2월 1일 발행인 양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