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의 은폐는 관성에서 나온다
설 연휴를 앞두고 신생 언론기관인 저널비 신문사에 한 공문이 배달되었다. 발신인은 충남도지사(공보담당관)이고, 제목은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접수 처리 및 운영현황 제출 요청’이다.
내용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라 부정청탁 금지법 위반신고 접수 처리 및 교육 등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니 각 언론사에서 작성하여 2. 10까지 제출하라는 것이다.
저널비 신문사에서 이 우편물을 수령한 날짜는 2월 12일이다. 특이하게도 이 공문에는 문서번호와 발신일자, 담당자의 이름이나 연락처조차 기록되어 있지 않았고, 충남도지사의 직인 날인도 없다. <직인생락>이라는 문구조차 들어있지 않다. 우리 신문사에서는 날조되거나 효력과 근거가 없는 가짜문서로 분류하여 폐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국민권익위원회나 충남도지사는 이 공문에 기재된 법률에 따른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니 분명히 그에 근거해서 업무를 한다는 것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 공문의 제목과 내용에서 밝힌 <부정청탁 금지법 위반신고 접수 처리 및 교육 등의 현황을 파악>이라는 이 업무의 주무기관과 부처는 바로 이 공문의 시행 원인이 되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접수 처리 및 교육 등의 현황을 파악’이라는 원인제공이 있다. 이는 이 업무를 총괄 또는 관장하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담당하는 업무라는 말이고, 이것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대한민국의 정부 산하 각 기관은 법률에 따라 분장된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공문의 흐름을 보면 주무 담당기관이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현황의 파악과 운영 상태를 예하 또는 다른 기관에 위탁하거나 지시하고, 협조공문 등의 방법으로 요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경위로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충남도로, 충남도에서 각 언론기관으로 이런 유형의 공문이 돌고 있는 것이다. 기막히게도 우리 언론기관에서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부정청탁 금지법 위반신고 접수 처리 및 교육 등의 현황을 파악>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언론사에서는 각 수사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한 협조공문이나 정보공개 등을 요청하여 이 현황을 파악할 것이고 그에 따라서 이러한 사실들을 보도하게 될 것이다.
이 기막힌 공문 순환으로 각 기관이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은 어디에 존재하는가를 묻게 되는 이유이다. 회전목마와도 같은 이 정보의 장막을 헤치고 사실을 밝혀 진실을 찾는 것이 언론인인 기자의 고유하고 특수한 일이고 사명이 되겠다.



